안 낫는 소아 식품알레르기, 태반 속 유전자 변화로 조기 예측 길 열려
영유아기에 주로 발병하는 계란이나 우유 알레르기가 학령기까지 이어질지 여부를 출생 직후 태반의 유전자 조절 변화를 통해 미리 판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증상이 오래 지속되는 소아의 경우 성장 과정에서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을 앓을 위험도 비알레르기 소아에 비해 대폭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중앙의료원 소아청소년과 홍수종 교수 연구팀은 대규모 출생 코호트(COCOA)에 등록된 소아 1,518명을 생후부터 만 7세까지 장기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를 2026년 10월 26일 공식 발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알레르기 및 면역학 분야의 저명 국제 학술지인 《Allergy》(IF 12.0) 2026년 9월 판 온라인에 게재되며 학술적 신뢰성을 확보했다.
질병관리청이 2026년 10월 26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연구팀은 추적 관찰 대상 아동을 증상의 진행 경과에 따라 총 네 가지 유형으로 세분화해 질환 양상을 분석했다. 조사 대상 전체 1,518명 가운데 89.9%에 해당하는 1,364명은 관찰 기간 동안 식품알레르기가 전혀 나타나지 않은 '알레르기 없음형'으로 분류됐다.
영유아기에 질환이 발생한 환아 그룹의 예후는 크게 엇갈렸다. 질병관리청의 2026년 10월 26일 코호트 분석 자료에 따르면 발생 후 만 7세 이전에 증상이 사라진 '조기 호전형'은 전체의 5.0%(76명)였고, 영유아기 발병 이후 만 7세까지 증세가 계속된 '조기 지속형'은 전체의 4.2%(63명)로 집계됐다. 뒤늦게 발병해 서서히 호전된 '후기 호전형'은 1.0%(15명)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출생 당시 수거해 보관한 태반 조직을 정밀 분석해 지속형 환아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생물학적 특징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만 7세까지 증상이 지속된 아동의 태반에서는 'RPS6KA2'와 'GCSAML' 유전자의 DNA 메틸화 수준이 알레르기가 없거나 일찍 호전된 아동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게 측정됐다.
국립보건연구원 만성질환융복합연구부가 2026년 10월 26일 공개한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태반 내 두 유전자의 메틸화 정도는 생후 1세 시점의 계란 특이 면역글로불린E(IgE) 및 호산구 수치, 3세 시점의 총 IgE 수치와 뚜렷한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이 두 유전자 메틸화 표지를 활용해 조기 지속형과 조기 호전형을 구별해내는 예측 정확도(AUC)는 각각 0.79와 0.83 수준으로 산출됐다.
면역 체계의 장기적 신호 전달 물질에서도 뚜렷한 격차가 관찰됐다. 국립보건연구원의 2026년 10월 26일 발표에 따르면 조기 지속형 아동은 만 3세와 만 7세 시점에 알레르기 염증 신호 물질 농도가 높게 유지된 반면, 면역 반응을 가라앉히는 조절 신호 물질은 상대적으로 약한 불균형 패턴을 지속해서 보였다.
특히 식품알레르기가 지속되는 소아는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으로 악화하는 위험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이 2026년 10월 26일 배포한 코호트 분석 자료에 따르면 만 7세 시점에 소아 천식 진단을 받은 비율은 식품알레르기 지속형 아동에서 15.0%에 달해, 알레르기가 없었던 아동의 천식 진단율인 2.3%보다 약 6.5배 높게 나타났다. 이는 영유아기 식품알레르기가 아토피 피부염, 천식, 비염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알레르기 행진'의 핵심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건당국은 이번 발견이 질환 기전을 밝힌 성과이지만, 자궁 내 환경의 복합적 영향을 나타낸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원호 국립보건연구원 만성질환융복합연구부장은 2026년 10월 26일 공식 브리핑에서 "태반의 유전자 조절 변화가 식품알레르기의 직접적인 발병 원인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출생 전 자궁 내 환경과 생물학적 특성이 출생 후 면역 발달과 긴밀히 작용한다는 연관성을 제시한 기초 연구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의료 현장에서 당장 산모의 태반을 검사해 아이의 알레르기 지속 여부를 판정하는 단계는 아직 아니라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대규모 환자군을 통한 추가 임상 검증을 거쳐 향후 고위험군을 조기에 판별하는 선별 검사용 바이오마커 기술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아이에게 식품알레르기가 의심되더라도 보호자가 임의로 식단을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전문 의료진의 정기적인 검진과 진단을 통해 필수 영양을 균형 있게 공급하면서, 천식 등 호흡기 알레르기로 발전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