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 2030년 시밀러 20종 구축 박차…차세대 ADC·비만 신약 R&D로 보폭 확대
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로 번 돈 신약에 재투자… '종합 바이오테크' 도약 시동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 사업에서 확보한 현금을 항체-약물 접합체(ADC), 비만 치료제 등 신약 연구개발에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밀러 제품의 글로벌 점유율을 발판 삼아 단순 복제약 개발사에서 벗어나 종합 바이오테크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중장기 파이프라인 확대와 새로운 모달리티 도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2030년 시밀러 20종 목표… 키트루다 시밀러 허가 신청
회사는 2030년까지 상업화한 바이오시밀러를 20종으로 늘린다는 목표 아래 임상과 허가 절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후속 9개 품목의 오리지널 제품 매출을 2025년 기준으로 합하면 약 114조 원 규모다. 글로벌 수요가 검증된 대형 블록버스터의 특허 만료 시점을 겨냥해 포트폴리오를 짜고, 이를 통해 시장 주도권을 굳히겠다는 계산이다.
후속 파이프라인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의 시밀러 ‘SB27’이다. 키트루다는 연 매출 약 46조 원으로 단일 품목 기준 세계 최대 의약품이다. 회사는 SB27의 글로벌 임상 3상을 마친 뒤 2026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하며 상업화 단계에 들어섰다. 국가별 특허 만료 일정에 맞춰 적시에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도 사노피의 아토피 치료제 듀피젠트, 다케다의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엔티비오 등 면역질환 분야 시밀러 개발이 진행 중이다. 특히 다이이찌산쿄·아스트라제네카의 ADC 항암제 엔허투 시밀러 개발에도 뛰어들며, 단일클론항체를 넘어 기술 난도가 높은 차세대 제제로 영역을 넓혔다.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를 선점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산도스·테바와 잇단 파트너십
출시 초기 시장 안착을 위한 글로벌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사전에 판매망을 갖추고 특허 분쟁 리스크를 줄여, 특허가 풀리는 즉시 처방 현장에 제품을 내놓기 위해서다. 회사는 2026년 3월 스위스 산도스와 엔티비오 시밀러 등 최대 5개 품목에 대한 개발·상업화 계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이스라엘 테바와 천식 치료제 파센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일라리스의 시밀러 2종 글로벌 판권 계약을 맺었다.
넥틴-4 ADC '패스트트랙'… 내년 비만 신약 IND 추진
시밀러 사업에서 창출된 자금은 신약 연구 인프라와 임상에 집중 투입되고 있다. 대표 후보물질은 고형암 세포 표면의 넥틴-4를 겨냥한 ADC 신약 ‘SBE303’으로, 현재 글로벌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아 개발 및 허가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대사질환 분야로의 확장도 본격화된다. 회사는 2027년 중 차기 ADC 후보물질과 함께, 반감기를 늘려 투여 간격을 크게 개선한 지속형 비만 치료제 등 최소 2건의 임상시험계획(IND)을 글로벌 규제기관에 제출할 예정이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확산으로 빠르게 커지는 비만·대사질환 시장에서 장기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상 최대 매출… 약가 압박은 과제
사업 확장은 실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회사의 2025년 매출은 1조 6,720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6년 상반기에는 매출 8,471억 원, 영업이익 2,30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0% 늘었다. 유럽에서 아일리아 시밀러를 포함한 직판 품목이 5종으로 늘어나고, 미국에서 프롤리아 시밀러 판매가 궤도에 오른 영향이다.
다만 주요국의 약가 인하 압박과 후발 주자 진입에 따른 가격 경쟁은 넘어야 할 산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의 약가 통제 기조로 품목당 수익성이 과거보다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출시 초기 처방 점유율 선점과 원가 경쟁력이 수익성을 좌우할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회사는 공정 효율화와 적기 출시로 단가 하락을 상쇄한다는 방침이다.
증권가 “2026년 매출 1.8조, 2028년 2.3조”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대신증권은 2026년 10월 보고서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올해 매출을 전년보다 10.5% 증가한 1조 8,476억 원, 영업이익은 19.4% 늘어난 4,490억 원(영업이익률 약 24.3%)으로 전망했다. 기존 주력 제품의 견고한 점유율과 하반기 신규 허가 품목 증가로 가격 하락 압력을 방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HSBC 역시 같은 달 발간한 글로벌 헬스케어 보고서에서 미국 시장 신제품 침투 확대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근거로, 2028년 매출 2조 3,300억 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4,970억 원을 제시했다. 시밀러 상업화와 신약 R&D가 맞물린 사업 모델이 본격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시밀러의 빠른 글로벌 출시로 실적을 지키는 한편, 신약 임상에서 성과를 내는 '투트랙' 전략에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허 만료에 맞춘 기민한 출시와 ADC·대사질환 신약 개발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독자적 경쟁력을 갖춘 종합 제약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