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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원료 키운다더니 혜택은 ‘0건'…스스로 발목 잡은 원료 약가 정책

H브릿지저널업데이트 2026.10.28 20:06
홍정 기자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의 심평원 국정감사 질의 장면. 국회방송 캡쳐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의 심평원 국정감사 질의 장면. 국회방송 캡쳐

정부가 국산 원료의약품 생산을 늘리겠다며 약가 우대 제도를 마련했지만, 정작 혜택을 받은 기업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악용을 막겠다며 인정 기준을 지나치게 좁힌 결과, 정책 스스로 효과를 막아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 국산 원료 쓰면 약값 더 쳐준다는 제도

원료직접생산의약품 약가 가산제도는 국내에서 원료를 직접 만드는 기업에 약가 혜택을 줘서 원료 자급화와 공급망 안정을 이끌어내려는 정책이다.

현재 제네릭(복제약) 약값은 오리지널 가격의 45% 수준으로 정해지지만, 원료를 직접 생산해 만든 제네릭은 최대 68%까지 받을 수 있다. 우대 기간은 최대 1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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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혜택 받은 곳은 ‘0건'**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은 1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에서 이 제도가 지나친 규제 때문에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기준 아래에서 원료 직접생산을 이유로 가산을 받는 기업과 품목은 모두 0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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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인은 '자사 공장'으로 좁힌 기준**

올해 8월 개편된 약가제도는 가산 대상을 제약사가 자기 공장에서 원료를 직접 생산한 경우로만 한정했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 대부분은 그룹 내 계열사를 통해 원료를 생산하고 있어, 요건을 맞출 수 있는 회사가 없었다.

원료와 완제품을 모두 국내에서 만들더라도, 완제품 회사가 자기 제조소에서 원료를 직접 합성하지 않았다면 우대를 받을 수 없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계열사가 만든 국산 원료를 써도 혜택에서 빠진다는 불만이 나온다.

기준이 이렇게 엄격해진 데는 이유가 있다. 과거 기업 지배구조가 바뀌었는데도 신고하지 않는 등 제도를 부적절하게 활용한 사례가 있어 인정 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 "원료 자급화는 보건안보 문제"

백 의원은 코로나19 당시 중국과 인도가 원료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내 의약품 공급이 크게 흔들렸던 경험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제도가 비상시를 대비한 국가 안보 차원의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백 의원은 악용을 막을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 때문에 지원 대상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정책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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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안: 계열사 인정 + 사후 점검 강화**

백 의원이 내놓은 대안의 핵심은 자회사나 계열사가 만든 원료도 우대 대상에 넣는 것이다. 악용 우려는 기준을 좁히는 방식이 아니라, 가산을 받는 기업을 정기적으로 실태조사하고 2년마다 자진신고를 의무화하는 사후 점검으로 걸러내자는 제안이다.

기존 등재 의약품 약가 인하가 시작되는 2027년 4월 전까지 민관협의체에서 현장 상황을 반영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도 덧붙였다.

■ 정부 "보완하겠다"면서도 '악용·재정' 신중론

홍승권 심평원장은 제도를 처음 운영하며 시행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인정하고, 민관협의체 등 관계기관과 계속 소통하며 점검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복지부 국감에서도 같은 문제가 다뤄졌다. 정은경 장관은 계열사를 통한 악용 가능성을 고려해 직접생산 원료에만 우대를 적용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산 원료를 쓴 국가필수의약품에 약가를 우대하는 별도 제도도 운영 중이라며, 두 갈래로 국산 원료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국회 서면답변에서 인정 기준 확대에 건강보험 재정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업계에서는 완제사와 원료 전문사의 협력을 장려하는 산업부 정책, 원료 품질 관리를 강화하는 식약처 방향과 비교하면 복지부만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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