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동산

서울 아파트 매물 8만 건 육박… 팔 사람은 많은데 살 사람이 없다

H브릿지저널업데이트 2026.11.01 12:19
홍정원 기자
서울 아파트
서울 아파트

연중 최고치 눈앞… 3개월 새 2만 건 가까이 늘어

서울 아파트 시장에 매물이 빠르게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0월 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7만9919건으로, 올해 최고치였던 3월 21일(8만80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반기 저점이었던 8월 3일(6만409건)과 비교하면 석 달도 안 돼 1만9510건(32.3%)이 늘었다.

연초와 비교하면 증가세는 더 뚜렷하다. 1월 1일 5만7001건이던 매물은 10월 말 7만9328건으로 39% 넘게 증가했다. 최근 한 달 동안의 증가율도 10.0%에 달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고,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인 곳은 서울이 유일했다.

강남발 매물 증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

매물 증가는 8월 초 고가주택의 세 부담을 늘리는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강남권까지 번지며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매물이 늘고 있다.

8월 이후 매물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성북구로 50%를 크게 웃돌았다. 이어 강동구, 동작구, 성동구, 송파구, 동대문구 등이 40% 안팎의 증가율을 보였다. 최근 한 달만 놓고 보면 강동구가 3787건에서 4585건으로 21.0% 늘어 가장 가파르게 증가했고, 성북구(19.5%), 동대문구(17.6%), 동작구(14.2%), 서대문구(13.8%), 노원구(13.2%), 성동구(13.2%) 순이었다.

강남3구는 증가율 자체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절대 물량이 크다. 한 달 사이 송파구는 6342건에서 7096건으로, 서초구는 9539건에서 1만399건으로, 강남구는 1만1678건에서 1만2066건으로 매물이 늘었다. 반면 중저가 단지가 많은 금천구와 도봉구는 8월 이후 증가율이 3%대에 머물러 지역별 온도 차도 나타났다.

거래량은 고점 대비 절반 이하로 '뚝'

매물은 쌓이는데 거래는 얼어붙었다. 9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약 3900건으로, 올해 거래가 가장 많았던 5월(약 9000건)보다 56% 줄었다.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를 봐도 9월 신규 신청은 3678건으로, 거래가 활발했던 4월(8896건)보다 58.7% 적었다.

매수 심리도 빠르게 식고 있다. KB부동산의 10월 넷째 주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64.1로 전주보다 3.1포인트 떨어지며 3주 연속 하락했다. 매수우위지수는 100보다 낮을수록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권역별로는 강북 14개구가 69.3, 강남 11개구가 59.4로 매수자 우위 흐름이 뚜렷해졌다.

시장에서는 이번 매물 증가를 집주인들이 일제히 물량을 쏟아낸 결과라기보다, 매수자가 자취를 감추면서 기존 매물이 소화되지 못하고 쌓인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단기간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집주인들은 높은 호가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를 받아줄 실수요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출 규제·금리·세제 개편이 맞물려

매물 적체의 배경으로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꼽힌다. 매도 측면에서는 고가주택 세 부담 확대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등이 매물 출회를 이끌었다. 반면 매수 측면에서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와 금리 인상, 추가 인상 우려가 자금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단기 급등에 따른 가격 피로감까지 더해지며 관망세가 짙어졌다.

90주 연속 상승 속 오름폭은 둔화… 강남은 하락

그럼에도 서울 전체 집값은 아직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10월 넷째 주(26일 기준) 주간 동향에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9% 올라 90주 연속 상승했다. 다만 상승폭은 10월 둘째 주 0.16%, 셋째 주 0.13%, 넷째 주 0.09%로 2주 연속 줄었다. 7월 둘째 주 0.30%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된 수준이다.

지역별 흐름은 엇갈린다. 서울 시가총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강남구와 서초구는 11주 연속 하락하며 낙폭을 키우고 있다. 반면 성북구는 돈암·길음동 대단지를 중심으로 0.39% 올라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매물 증가율 1위 지역이 가격 상승률도 1위를 기록한 셈이다.

일부 단지에서는 가격 조정도 나타나고 있다. 성북구 길음동의 한 대단지 전용 84㎡는 7월 20억원에 최고가를 찍은 뒤 8월에는 19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다만 선호도가 높은 동과 고층 매물은 여전히 호가를 유지하고 있어 전반적인 가격 급락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전월세 매물은 오히려 감소

매매 매물과 달리 임대차 매물은 줄고 있다. 10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1397건, 월세 매물은 1만8706건으로 연초 대비 각각 7.2%, 12.4% 감소했다. 매매 시장에는 물건이 쌓이는 반면 전월세 시장은 여전히 공급이 빠듯한 상황이다. 전셋값 상승 압력이 이어질 경우 전세 수요가 매매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 수요, 경기로 이동… 향후 변수는 '연초 대출 한도'

서울에서 위축된 매수세 일부는 경기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10월 셋째 주 경기 아파트값 상승률은 0.21%로 서울보다 높았고, 군포시(0.53%)와 의왕시(0.47%) 등 비규제지역에서 강세가 두드러졌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서울 아파트 시장이 하락 전환보다는 '숨 고르기' 국면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내년 서울 신규 입주 물량이 제한적이고 임대차 가격 상승에 따른 매매 전환 압력이 남아 있는 만큼, 연초 금융권 대출 한도가 재설정되는 시점에 대기 수요가 얼마나 유입되는지가 향후 시장 방향을 가를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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