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렌디아, 콩팥에서 심장까지… 1형 당뇨·비당뇨 콩팥병으로 적응증 확장 가속
20년 만의 신기전 콩팥병 치료제, 영역 확장 본격화
바이엘의 '케렌디아'(성분명 피네레논)가 적응증을 잇달아 넓히며 심장·콩팥·대사질환(CKM)을 아우르는 핵심 치료제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2형 당뇨병 동반 만성콩팥병 치료제로 시작해 심부전으로 영역을 넓힌 데 이어, 최근에는 1형 당뇨병 동반 만성콩팥병과 당뇨병이 없는 만성콩팥병까지 겨냥하고 있다.
케렌디아는 최초의 비스테로이드성 선택적 미네랄코르티코이드 수용체(MR) 길항제다. 미네랄코르티코이드 수용체의 과활성을 차단해 콩팥과 심장에서 발생하는 염증과 섬유화를 억제하는 기전을 갖는다. 2형 당뇨병에서 만성콩팥병이 악화되는 주요 원인으로 혈역학적 변화, 대사 이상, 염증·섬유화가 꼽히는데, 기존 치료제인 RAS 차단제와 SGLT-2 억제제가 앞의 두 가지를 주로 다뤘다면 케렌디아는 염증과 섬유화를 직접 표적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FDA, 1형 당뇨 동반 만성콩팥병 승인… 30여 년 만의 신규 치료제
가장 최근의 성과는 1형 당뇨병 영역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9월 케렌디아를 1형 당뇨병 동반 성인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요알부민/크레아티닌 비(UACR)를 낮추는 치료제로 승인했다. UACR 감소를 통해 사구체여과율(eGFR)의 지속적 감소와 말기 콩팥병 진행 위험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1형 당뇨병 동반 만성콩팥병에 새로운 치료제가 허가된 것은 30여 년 만이다.
이번 승인은 3상 임상 ‘FINE-ONE’ 결과에 근거했다. 연구에는 242명이 참여해 표준치료에 더해 케렌디아 10mg 또는 20mg, 혹은 위약을 하루 한 번 투여받았다. 그 결과 케렌디아는 6개월간 위약 대비 UACR을 유의하게 낮췄으며, 감소 효과는 투여 3개월 차부터 나타나 6개월까지 유지됐다.
이로써 케렌디아는 미국에서 1형과 2형 당뇨병 동반 만성콩팥병 모두에 허가된 유일한 미네랄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가 됐다.
비당뇨 만성콩팥병도 도전… FIND-CKD로 FDA 심사 착수
당뇨병이 없는 만성콩팥병으로의 확장도 본격화됐다. FDA는 지난 10월 당뇨병이 없는 성인 만성콩팥병 치료를 위한 케렌디아의 추가 신약허가신청(sNDA)을 접수했다.
근거가 된 3상 ‘FIND-CKD’는 24개국 비당뇨병성 만성콩팥병 환자 1584명을 평균 3년 넘게 추적한 연구로, 비당뇨 만성콩팥병을 대상으로 한 3상 중 최대 규모다. 케렌디아는 표준치료에 추가했을 때 eGFR 감소 속도를 유의하게 늦춰 1차 평가변수를 충족했다. 신부전, 만성콩팥병 진행, 심부전, 심혈관 사망을 묶은 복합 위험도 23% 낮췄으며, 중대한 이상반응 발생률은 위약과 비슷한 수준(20.9% 대 21.2%)이었다.
FIND-CKD와 기존 당뇨병성 만성콩팥병 3상 2건을 통합한 1만4574명 규모 분석에서도 신부전 또는 만성콩팥병 진행 위험이 위약 대비 24% 감소했다. 전체 만성콩팥병 환자의 절반 이상이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승인될 경우 치료 대상 환자군이 크게 넓어질 전망이다.
심부전 시장 진입… 국내는 세계 두 번째 승인
케렌디아는 심부전 치료제로서의 입지도 다지고 있다. FDA는 2025년 7월 좌심실 박출률(LVEF) 40% 이상인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적응증을 확대 승인했다.
국내에서도 같은 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LVEF 40% 이상 성인 만성 심부전 적응증을 승인했다.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승인이다. 이에 따라 케렌디아는 이 환자군에서 심혈관 사망, 심부전 입원, 심부전 관련 긴급 병원 방문 위험을 줄이는 치료제로 쓸 수 있게 됐으며, 국내에서 2형 당뇨병 동반 만성콩팥병과 만성 심부전 모두에 허가된 유일한 비스테로이드성 MR 길항제가 됐다.
근거 연구인 ‘FINEARTS-HF’는 박출률 경도감소(HFmrEF) 및 박출률 보존(HFpEF) 심부전 환자 6,00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준치료에 케렌디아를 더한 결과, 심혈관 사망과 심부전 입원·긴급 방문을 포함한 전체 심부전 사건이 위약 대비 16% 줄었다. 특히 박출률 보존 심부전은 그동안 효과가 입증된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었던 영역이어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학계 가이드라인에도 잇달아 반영되고 있다. 유럽심장학회는 2형 당뇨병 동반 만성콩팥병 환자의 심부전 입원 예방에 케렌디아를 Class 1A로 권고했고, 일본순환기학회·일본심부전학회의 2025년 심부전 가이드라인은 LVEF 41% 이상 심부전 환자에서 케렌디아를 MR 길항제 중 유일하게 Class IIa로 권고했다.
국내 급여 3년 차, 처방 꾸준히 증가
국내에서는 2022년 5월 2형 당뇨병 동반 만성콩팥병 치료제로 허가받은 뒤 2024년 2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급여 대상은 ACE 억제제 또는 ARB를 최대 허용 용량으로 4주 이상 투여했는데도 UACR이 300mg/g을 넘거나 요 시험지봉 검사에서 1+ 이상 양성을 보이고, eGFR이 25 이상 75 미만인 환자다. 지속적 증상이 있는 만성 심부전(NYHA II~IV) 환자는 제외되며, eGFR이 15 미만으로 떨어지면 투약을 중단해야 한다.
급여 근거는 ‘FIDELIO-DKD’와 ‘FIGARO-DKD’ 3상이다. FIDELIO-DKD에서 케렌디아는 말기 신부전, eGFR 40% 이상 지속 감소, 콩팥 원인 사망으로 구성된 1차 복합 평가변수를 위약 대비 약 18% 줄였고, 심혈관 복합 평가변수도 약 14% 낮췄다.
급여 이후 처방도 빠르게 늘었다. 급여 첫해인 2024년 매출은 52억원을 기록했고, 2025년에는 상반기 처방액만 76억원으로 전년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빅5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주요 대형병원 약사위원회를 일찌감치 통과했으며, 종근당과의 공동판매를 통해 개원가로도 처방 저변을 넓히고 있다.
SGLT-2 억제제와 '병용' 전략이 관건
향후 성장의 열쇠는 SGLT-2 억제제와의 병용 전략이 될 전망이다. 당뇨병 동반 만성콩팥병 진료지침은 단백뇨를 초기부터 30% 이상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서로 다른 기전의 약제를 함께 쓰는 접근이 주목받고 있다. 바이엘은 2형 당뇨병 동반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케렌디아와 SGLT-2 억제제를 동시에 시작하는 효과를 평가한 ‘CONFIDENCE’ 연구를 통해 병용 근거를 쌓고 있다.
다만 안전성 관리는 과제로 남아 있다. 임상에서 케렌디아 투여군은 위약군보다 고칼륨혈증, 저혈압, 저나트륨혈증이 더 자주 나타났다. 부신기능 부전 환자와 강력한 CYP3A4 억제제를 복용 중인 환자에게는 투여할 수 없어, 처방 시 혈청 칼륨 등에 대한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콩팥과 심장을 함께 관리하는 치료 패러다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1형 당뇨와 비당뇨 만성콩팥병까지 적응증이 확대될 경우 케렌디아의 활용 범위는 한층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심부전 적응증의 급여 확대와 추가 적응증 허가가 이어질지도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