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입찰 담합 반복하면 '영업정지'…제약·도매 제재 강화 법안 발의
백신이나 의약품 입찰에서 담합을 되풀이한 제약사와 의약품 도매상은 앞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요청하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직접 영업정지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이 추진된다.
■ 공정위 요청 시 식약처가 '업무정지' 처분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28일 반복적으로 담합한 사업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약사법 제76조 제1항에 새 근거 조항을 두는 것이다. 부당한 공동행위, 즉 담합을 반복한 사업자에 대해 공정위가 요청하면 식약처장 등이 해당 사업자에게 업무정지(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 당정 '반복 담합 근절' 방침의 후속 조치
이번 법안은 최근 당정이 발표한 반복 담합 근절 입법 방침에 따른 것이다. 당정은 국민의 안전·생명과 생활에 직결된 4대 핵심 분야에서 상습 담합을 뿌리 뽑기로 협의했다. 대상은 의약품, 식품, 에너지, 운송 등 17개 업종이다.
당정은 5년 안에 담합으로 2회 이상 공정위 제재를 받은 사업자에 대해, 과징금에 그치지 않고 영업정지까지 받도록 제재 수위를 높이는 데 뜻을 모았다.
이번 약사법 개정안은 공정위가 관계 행정기관장에게 등록취소나 영업정지 처분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묶음으로 추진된다.
■ NIP 백신 입찰 등에서 담합 잇따라
그동안 제약·바이오업계와 의약품 유통업계에서는 정부 입찰 과정에서 담합 사건이 꾸준히 적발돼 왔다. 국가예방접종사업(NIP) 백신 입찰이나 국공립병원·보건소에 필수의약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투찰 가격을 미리 짜고 맞춘 사례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질병관리청 등이 발주한 무료 접종 백신 입찰이다. 독감, 자궁경부암, 간염, 결핵(BCG) 백신 입찰에서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백신 제약사, 의약품 유통업체들이 미리 낙찰 예정자와 투찰 가격을 공유하다 적발됐다.
■ "과징금은 사업 비용"…솜방망이 제재 한계
문제는 기존 제재만으로는 담합을 막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공정위가 수백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하더라도, 담합으로 얻는 이익이 제재 비용보다 크다는 인식 탓에 일부 업체는 과징금을 일종의 '사업 비용'처럼 처리하며 담합을 반복해 왔다.
권 의원은 민생과 밀접한 분야에서 담합이 끊이지 않고 일부 사업자는 제재를 받고도 이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복 담합은 시장 경쟁을 해치고 거래 조건을 왜곡하는 만큼, 실효성 있는 제재로 억지력을 높여 공정한 거래 질서를 세워야 한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