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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 1회·투약 종료 가능' 치매 신약 키순라, 국내 허가 임박…레켐비와 2파전

H브릿지저널업데이트 2026.10.29 21:59
홍정원 기자
릴리 사진
릴리 사진

일라이 릴리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키순라(성분명 도나네맙, 국내 제품명 키썬라)'의 국내 허가가 임박했다. 승인되면 에자이·바이오젠의 '레켐비'에 이어 국내 두 번째 아밀로이드 표적 항체 치료제가 되면서, 치매 치료 시장이 본격적인 경쟁 구도로 접어들 전망이다.

■ 지난해 12월 허가 신청…”11월 내 승인 기대"

한국릴리는 지난해 12월 식약처에 키순라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한국인 대상 가교임상의 중간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신청이다. 최근 심사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업계에서는 11월 안에 국내 승인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릴리는 허가 이후를 대비해 마케팅 인력 채용 등 출시 준비에도 착수했다.

키순라는 2024년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일본, 중국, 영국, 호주, 유럽연합(EU) 등에서 허가를 받아 처방되고 있다.

■ 성숙한 아밀로이드 플라크 '정밀 타격'

도나네맙은 뇌에 쌓인 아밀로이드 플라크 가운데 변형된 형태인 피로글루탐산화 베타아밀로이드(N3pG)를 표적으로 하는 인간화 IgG1 단일클론항체다. 성숙한 플라크에 높은 친화성을 보이며, 이를 제거해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늦춘다.

대상은 아밀로이드 병리가 확인된 경도인지장애(MCI)와 경증 치매 등 초기 증상성 알츠하이머병 환자다.

■ 인지·기능 저하 최대 35% 늦춰

허가의 근거가 된 3상 임상(TRAILBLAZER-ALZ 2)은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735명을 대상으로 18개월간 진행됐다. 키순라는 병리적으로 덜 진행된 환자에서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위약 대비 최대 35% 늦췄고, 전체 환자군에서는 22% 늦췄다. 다음 질병 단계로 진행될 위험도 37% 줄였다.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 효과도 뚜렷했다. 투여 환자의 플라크는 6개월에 평균 61%, 12개월에 80%, 18개월에 84% 감소했다.

■ 4주 1회 투여…’치료 끝낼 수 있는 약'

가장 큰 차별점은 투약 방식이다. 키순라는 4주에 한 번, 약 30분간 정맥주사로 투여한다. 2주마다 투여하는 레켐비보다 병원 방문 부담이 적다.

또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최소 수준까지 줄면 투약을 끝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임상에서 투여 환자의 17%가 6개월 만에, 47%가 1년 이내에, 69%가 18개월 이내에 치료를 마쳤다. 계속 투여해야 하는 약과 달리 전체 치료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 현장의 관심이 높다.

■ 과제는 ARIA 부작용…투여법 개선으로 대응

다만 안전성은 과제로 꼽힌다. 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의 대표 부작용인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은 뇌부종(ARIA-E)이나 미세출혈(ARIA-H)로 나타난다. 3상에서 키순라의 ARIA-E 발생률은 24%, ARIA-H는 31.4%로, 레켐비(각각 12.6%, 17.3%)보다 높았다.

릴리는 투여 초기 용량을 천천히 늘리는 새로운 적정 투여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 FDA는 이 투여법을 라벨에 반영했는데, 관련 임상에서 아밀로이드 제거 효과는 비슷하게 유지하면서 ARIA-E 발생률을 유의하게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 레켐비 독주 끝…가격 경쟁 기대

국내 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 시장은 그동안 레켐비가 홀로 이끌어 왔다. 레켐비는 2024년 5월 허가 후 같은 해 11월 출시됐으며, 비급여로 연간 환자 부담이 4,000만 원대에 이른다. 그럼에도 처방 사례가 2,000건 안팎까지 쌓이며 현장 경험이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키순라가 들어오면 두 약 사이에 가격 경쟁이 생겨 환자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미국 기준 키순라의 연간 치료비는 약 3만 2,000달러 수준이다.

■ 진단 인프라도 확대…PET 검사 수요 대비

출시를 앞두고 관련 산업도 움직이고 있다. 항아밀로이드 치료제는 투여 전후 아밀로이드 PET 검사가 필요하다. 방사성의약품 기업 듀켐바이오는 343억 원 규모의 정읍 생산시설 투자에 키순라 출시에 대비한 치매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증설을 포함했다.

키순라는 적응증 확대도 추진 중이다. 지난 6월 식약처는 루이소체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도나네맙 글로벌 임상 2상의 국내 진행을 승인했다.

■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급여 기준 마련이 관건

국내 치매 환자는 올해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65세 이상 9명 중 1명꼴이며, 이 가운데 약 70%가 알츠하이머병이다.

치료 선택지는 늘었지만 환자 접근성을 높이려면 급여 논의가 필수다. 두 약 모두 건강보험 급여 등재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에서는 효과가 큰 초기 환자군부터 단계적으로 급여를 검토하는 '한국형 급여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용 대비 효과를 엄격히 따지는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두 약의 공적 급여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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